북미에서 좋아하는 영화제를 고르라면 저는 선댄스 영화제를 고르겠습니다. 스팅(1973)으로 유명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시작한 선댄스 영화제는 다양성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농인 부모가 낳은 청인 자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코다는 202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4관왕을 달성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여새를 몰아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을 포함해 3부문에 후보로 지명이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Child of Deaf Adults(CODA)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코다(2021)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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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가족 중 유일한 청인인 막내딸 루비는 졸업반 고등학생입니다. 학교에 가기 전 가족들의 아침 어업을 돕고, 가족들의 귀와 입이 되어 주죠. 그러던 어느날 학교 합창단에 가입을 하며, 그녀는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 할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 합창부 지도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루비는 버클리에 음대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죠. 그리고 영화는 사춘기 코다소녀의 일상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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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배급의 파워 오브 도그(2021)를 필두로 오버더탑 미디어 서비스가 대거 아카데미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코다(2021)는 애플TV+가 배급한 영화들 중에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재치와 생기가 넘치고,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엔 영화 자체 만의 힘으로 작품성에 올랐다기보다는, 실제 농인배우들을 기용하고 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 환경에서 큰 점수를 땄다고 생각하는데요. 원작인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에서 청인 배우들이 수화를 배워서 연기했던 것과는 다른 점입니다.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 주연상 수상 기록을 가진 말리 매틀린을 포함해 유명한 농인 배우들을 주연배우로 앞세워, 청인 제작진들이 이들과 소통하며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 작지 않은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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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이자 자신의 가족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반짝이는 박수소리(2014)의 이길보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안타깝게만 보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가족의 일상을 영상에 담아야겠다고 제작 동기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코다(2021)에서도 농인 가족들의 일상을 다양한 접근으로 보여주는데요. 특히 코다의 시선에서 본인이 꿈꾸는 삶과 가족들의 통역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처음 학교에 갔을 때 말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서 애들에게 놀림거리가 됐다는 이야기도 보여주죠. 또 장애인과 섹스를 연결시키는 등의 터부시 되는 것을 이 영화에서는 정면돌파로 부수며, 원작 영화 못지 않은 소위 섹드립들이 넘쳐납니다. 특히 클라이 막스에서 딸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오히려 소리를 없애버리며, 농인의 입장에서 노래부르는 딸을 그저 사람들의 반응으로만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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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는 청인들 기준에서는 아름답고 감동스럽지만, 농인들에게는 없는 장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시놉시스만 놓고 보았을 때는 농인을 그저 연민의 대상으로만 둔 청인을 위한 영화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농인 가족의 일상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 영화는 오히려 큰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많은 코다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보편화 된것을 보며,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구나란 것을 깨닫게 할 수만 있다면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외롭게 느낄 코다들에게 그들의 고충이 있고, 그들의 커뮤니티가 있음을 인지하게 하는 것으로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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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2021)는 제가 잘 몰랐던 세계에 대한 간접경험과 그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음악에서 종지부를 의미하기도 하는 코다는 요즘같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때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가슴이 따듯해 지는 영화, 여러분들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