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화제작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강풀 웹툰 원작의 무빙(2023)일텐데요. 드라마를 보고있으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몇 편있습니다. 스파이들이 사회에 녹아들어 숨어산다는 이야기는 일본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5)를 떠올리게 하고, 절절한 로맨스를 보고있자면 화양연화(2000)에 비견할 먹먹함이 느껴지기도하죠.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 하게 폭력의 수위가 높은 점과 초능력자 부모들이 그들의 자식들은 본인들과 다른 삶을 살았음 좋겠다는 점을 시사하는 점에서는 오늘의 포스팅인 영화, 로건(2017)이 생각납니다.
20th Century Fox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뮤턴트들이 점차 사라지고 남은 뮤턴트들 마저도 그 능력을 잃어가는 가까운 미래에, 자비에 교수는 울버린에게 그를 닮은 소녀 로라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울버린은 정체 불명의 집단으로부터 소녀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그가 잊고있었던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데드풀3에서 한 번 더 울버린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로건은 현재까진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입니다. 그가 울버린으로써 분하는 9번째 영화이며, 한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한 17년의 종지부를 찍는 영화였습니다. 9번째 영화라는 말인즉, 그가 처음으로 관객에게 울버린의 모습을 비춘 ‘X-Men (2000)’에서부터 ‘X-Men Original 트릴로지,’ ‘X-Men Prequel 트릴로지’ 그리고 이번 영화를 포함한 ‘Wolverine 트릴로지’까지 ‘X-Men’프랜차이즈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크피닉스(2019)는 로건 개봉 이후 이므로 논외로 칩니다. 절대 영화가 구려서가 아닙니다. 이는 배우 본인이 시리즈와 캐릭터에 큰 애정을 가지고있는 만큼, 그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는 지난 8편의 프랜차이즈에서는 보여주지 못 했던 캐릭터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고, 제목인 로건인 이유 역시 영웅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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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울버린을 보여준다고해서 액션이 빈약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액션의 강도는 지금까지의 어떤 ‘X-Men’프랜차이즈보다 강렬하고 또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액션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피냄새가 나는 액션입니다. 유혈이 낭자하고 무거운 액션은 이 영화를 R등급을 받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로건은 요즘 헐리우드에서 만연하는 자극적인 볼거리만을 위해서 피비린내나는 액션을 차용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다른 ‘X-Men’영화들과 비교해보자면, 보통 ‘X-Men’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소위 블록버스터가 응당 가져야하는 큰 스케일의 액션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를 부순다거나 거대 로봇들의 싸움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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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액션들은 영화에서 스토리에 크게 개입하지않는 액션들입니다. 다시 말해, 액션의 강도가 달라진다 한 들 관객들이 스토리에 몰입하는 정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로건에서의 액션은 그가 지금까지 살육의 현장을 살아왔고 또 그 죄의식을 짊어지고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즉, 액션의 강도가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관객들은 더욱 캐릭터에게 몰입하고 연민을 느끼게됩니다. 이렇듯 폭력에 지친 울버린이 누군가를 지켜내기위해 다시금 폭력의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있으면, 그 의미가 이해되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더욱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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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의 액션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키워드는 가족애입니다. 늙은 자비에 교수, 나이든 로건, 그리고 11살의 어린 로라까지 세 사람을 보면 피로 얽힌 가족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족구성원으로써의 역할을 하고있습니다. 자비에 교수는 로건이 지독하게 싸워온 죄책감과 고독감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게 다독이며, 로건은 늙고 병든 자비에 교수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병을 하며 외부세계로부터 지켜내고 있습니다. 또 자비에 교수는 X-Men의 지도자다운 지혜를 로라에게 가르치며, 로라는 아버지 같은 로건 그리고 할아버지 같은 자비에 교수 두 사람을 잘 따릅니다. 로라를 지켜내는 여행 동안 쌓은 그들 세 명의 유대감은 관객이 액션에 당위성을 부여하게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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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는 액션에 당위성을 부여할지언정 폭력에는 당위성을 부여하지않습니다. 영화 속의 영화로 나왔던 ‘Shane (1953)’의 마지막 대사처럼 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즉,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은 오히려 폭력은 정당화가 될 수 없음을 반증하며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메세지로써 작용을 합니다. 로건은 그가 걸어온 폭력의 인생을 어린 로라가 되풀이하지 않기 바라는 아버지와 같은 마음을 담아 로라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줍니다. 이는 지금의 세대가 다음의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서 주는 쓰지만 약이 되는 교훈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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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정서는 이번 영화에도 고스란히 남아서,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던 울버린이 아닌 가족을 지키기 위한 로건의 분노로 표출됩니다. 로라로 대변되는 다음 세대에게까지 자신이 겪었던 불평등과 분노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로건의 고군분투는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로건은 요즘에 세계관 넓히기와 캐릭터의 능력만을 보여주는 데에 급급한 수퍼히어로영화가 소모품적인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로써의 품격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17년간 관객들에게 멋진 액션을 선사했던 휴 잭맨의 울버린을, 인간 로건에게 뜨거운 안녕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영화입니다.
09.2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