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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Janus. Triple Pictures.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인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원작으로 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 (2021)는 오는 3월 27일에 열리는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그리고 국제영화상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올해 작품상 수상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본 영화에 대한 저의 시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네이버 영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첫번째 영화의 키워드는 ‘살아나아감’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연들뿐만아니라 조연들까지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의 흐름은 주인공인 가후쿠의 멈춰있던 삶이 다시금 나아가는 과정을 닮고있습니다.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주인공 가후쿠의 아내는 딸아이를 잃었고, 가후쿠는 아내를 잃었고, 운전자인 미사키는 엄마와 집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비극의 순간에서 자신들의 삶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에 남편과의 성관계를 할 때,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잉태의 또 다른 형태로, 아이를 잃은 그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아이와도 같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내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미사키는 산사태로 집과 엄마를 잃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때, 할 줄아는 것이 운전밖에 없어서 그거라도 하기 시작했다고 영화에서 나옵니다. 가후쿠는 아내의 외도를 맞닥뜨리기를 피하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 아내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후 그는 연극무대에 오르지 못 하게되지만, 영화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 다시 연극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 속의 바냐 아저씨 연극의 소냐의 마지막 말로 살아남은 자들은 앞으로 나아가야함을 강조하죠. 아무리 남들 기준에 성공한 삶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묵묵히 살아나가는 것 자체의 아름다움이 영화가 관객들을 위로하는 가장 큰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Janus. Triple Pictures.
두번째 키워드는 ‘감독의 언어에 대한 자세’입니다. 영화 속에서 바냐 아저씨 연극을 연출하는 가후쿠의 독특한 연출방식은 사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본인의 영화 연출 방식입니다. 대본을 리딩할 때 배우들에게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해서 대사를 읽어줄 것을 요구하는데요. 서로 다른 언어로 연극을 연출을 함에도 불구하고, 리허설 직전까지 배우들에게 대사를 반복해서 숙지하게 합니다. 이런 연출방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배우가 처음으로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할 때 상대배우의 진정한 리액션을 담을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리액션을 담는 과정이 더 생동감있는 연기를 볼수있게되고, 감독의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본인의 대사를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대사의 의미 즉 내뱉는 말의 의미를 더욱 곱씹어보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아내의 외도를 피하고 소통을 거부했던 가후쿠는 아내의 마음을, 그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마지막 내연남이었던 타카츠키와의 대화에서 가후쿠는 이해했어야되는 것은 그녀의 언어가 아니라 본인이 내뱉을 언어를 정하지 못 했음을 깨닫습니다.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인 언어는 자신을 먼저 이해한 다음에 그 진실성이 전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Janus. Triple Pictures.
마지막 키워드는 ‘더럽지만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전작인 아사코(2018)에서도 느꼈지만, 감독은 더럽지만 아름다운 것이 주는 감정을 영상에 담아내는데 탁월합니다. 아사코에서는 강물을 예를 들수있겠죠. 그리고 감독의 동일본 지진 다큐멘터리인 파도의 소리(2011)에서는 재해로 더럽혀지고 비참해진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서 숙연하지만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낄수있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서는 미사키의 마음의 안정을 얻는 장소로 쓰레기 소각장이 나옵니다. 홋카이도가 고향인 미사키는 쓰레기들이 마치 눈처럼 내리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며 이 곳이 왜 그녀가 좋아하는 곳인지에 대한 이유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가 히로시마임을 생각한다면, 원폭으로 더럽혀진 곳에서 다시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간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담배로 향을 피우기위해 더렵혀진 미사키의 손을 개의치 않고 잡아주는 가후쿠의 마음처럼, 우리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말하는 더럽지만 아름다운 것이 주는 감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영화 감상을 마칠 수 있습니다.
Janus. Triple Pictures.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에 정말 눈여겨 볼 만한 일본 감독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저의 세가지 키워드 말고도,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는 예술이 삶을 위로하는 방법이나 자동차 좌석 이동에 따른 인물들의 심경변화 등 관객의 입맛대로 골고루 해석해보기에 좋은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의 셋업을 보여주는 프롤로그는 40분이되고, 총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꼭 한번 감상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이 작품이 마음에 드셨다면, 하루를 투자해 감독의 해피아워(2015)도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