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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더 배트맨 (2022)

1989년 팀버튼의 첫 배트맨을 시작으로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까지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은막 위에는 5명의 배트맨이 있었고, 이제 6번째 배트맨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영화는 2시간 56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으로 가장 긴 배트맨 영화이기도 한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더 배트맨(2022)이 이전의 배트맨 영화와는 어떻게 차별화되었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과 그렇지 않았던 점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아쉬웠던 점을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이번 배트맨은 조금 더 탐정 배트맨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맷 리브스 감독은 종종 언급해왔습니다. 영화에는 배트맨이 리들러의 질문을 간파하고 다음을 예상하는 등, 탐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크나이트(2008)가 보여줬던 히어로 영화의 탈을 쓴 범죄영화와 같은 구조처럼, 이번에는 히어로 영화의 탈을 쓴 추리영화를 보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에 어긋나게 영화에서의 추리풀이는 꽤나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관객들이 함께 추리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추리하는 과정이 영화를 관통하는 재미의 요소가 아니고, 양념처럼 뿌려져있기 때문과 또 영화가 길어진 탓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세계최고의 탐정인 배트맨을 보기에는 개인적으로 영화의 추리들이 싱거웠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Warner Bros.
Warner Bros.
비록 제가 기대한 추리하는 탐정 배트맨이 아닐지라도, 이 영화는 가장 배트맨에게 집중한 영화이고 관객을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영화의 분위기는 흡사 택시 드라이버(1976)와 조커(2019)처럼 어둡습니다. 첫 오프닝 씬에서 밤이 되면 움직이는 범죄자들이 어둠을 두렵게 만드는 배트맨이라는 상징의 본질을 축약해서 보여주고, 또 가장 현실적인 배트맨의 액션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사담으로 영화 시작부터 지하철 씬이 끝나고나서 저는 제 아내에게 귓속말로 “개쩐다”라고 이야기를 할정도로 이미 저는 이 영화의 분위기에 취해 이미 빠져있었습니다. 심지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보다 더 현실적이라 얘기할 수 있는 이번 배트맨은 맞기도 많이 맞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습니다. 하지만 그의 고생은 범죄자를 잡고, 갱을 소탕하는 등 소소하게 보상을 받죠. 예로 배트카가 나오는 카체이스 장면에서는 놀란 감독의 텀블러와 같은 탱크와 같은 파워풀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도로 위에서 차들에 가로막히는 등의 답답함을 응축하다가 마지막에 범죄자를 잡았을 때의 쾌감을 온전히 관객들이 느끼게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가장 현실적이고 어두운 히어로다운 분위기를 영화 끝까지 유지합니다.
Warner Bros.
탄탄한 서사구조로 배트맨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 또한 영화의 큰 재미입니다. 제가 앞서 이야기한 오프닝 장면에서 그는 자신을 복수라고 정의합니다. 그의 복수는 자신의 부모님을 빼앗아간 범죄와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것이었죠. 그렇기에 그저 좋은 사람이었던 아버지가 범죄자와 손을 잡은 적이 있었다라는 사실에 그의 복수심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고담시를 위해 시작한 일을 본인이 이어받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에게 자신의 복수심을 전달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됩니다. 영화의 후반부의 배트맨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사람들에게 희망만이 세상을 바꿀수 있음을 느끼죠. 다크나이트(2008)에서 하비덴트를 희망으로 남기며 본인이 어둠속으로 들어간 것과는 대조적인 해석입니다.
Warner Bros.
영화는 게임 아캄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 분들이라면 익숙하게 느낄 부분들과 로버트 패틴슨 배트맨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3시간 동안 밝은 장면은 나오지 않고, 낮 장면도 흐리고 비가 내리는 암울함을 보여주지만, 그런 분위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맷 리브스의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3시간이란 긴 러닝타임을 2년차 영웅 배트맨의 정체성 확립의 순간들을 보여주며, 이제부터는 완성된 배트맨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더 배트맨(2022)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