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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 다 때려치고 싶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삶이라는 올가미는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듯 하다. 언제나 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맥주 한캔과 함께 잠드는 나의 모습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일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또다른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데, 한 번씩은 정신적인 휴식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나와 같은 직장인들에게 소개하고픈 오늘의 휴식처는 바로 담양 죽녹원이다.
간판도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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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죽녹원은 한자 이름 그대로 ‘대나무 죽’ 에 ‘푸를 녹’을 써서 대나무가 우거진 푸르른 정원이다. 솔직히 이름 때문에 난 무언가 유서깊은 왕가의 휴양지라던가... 양반들의 놀이터인가 생각했었는데, 그냥 국가 산업으로 2003년 조성한 대나무 숲이라고 해서 조금 당황했다(그런거였어?). 주차를 하고 죽녹원이 어딘지 돌아보면, 죽녹원 입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커다란 횡단보도와 깔끔한 계단, 그리고 큼지막한 나무 명판이 걸려있고 그 뒤로 무성한 대나무 숲이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봐도 대나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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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따라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보면, 분명 새파란 하늘과 쨍한 해가 보였던 것이 대나무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빽빽하게 대나무로 둘러쌓여있는데, 평소에 늘상 보던 빌딩 숲과 전자기기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대나무들만 보고 있다보니 뭔가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만 그런것이 아닌지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죽녹원 안은 상당히 조용했고, 모처럼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며 걸을 수 있었다. 언덕을 이용해서 정원을 만들어서 그런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산을 타고 있는 것 같아 나름 재미도 있었다.
분명 하늘을 봤는데 대나무만 보인다.
고즈넉한 대나무숲길.
이렇게 그림 그려주는 분들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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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길을 따라 한적~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군데 군데 쉴수 있는 정자가 있어서 어르신 분들이나 아이들이 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나도 정원을 반바퀴쯤 돌았을 때쯤엔 물을 마시고 숨도 돌릴겸 정자에 앉아서 쉬었는데, 분명 무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죽녹원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천천히 한바퀴를 돌면 한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는데, 코스의 마지막에 한옥이 있어서 절같은 것인가 했더니.. 여기도 쉼터였다. 하지만 약간 정자랑은 다르게 여기서 쉬어도 되나? 라는 느낌이 좀 있어서 뭔가 부담스러운데,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는 듯 했다. 관광객들은 조금만 더 걸으면 밖으로 나가니 아마 다들 그냥 나간게 아닌가 한다.
저긴 차마 끼지 못했고… 다음 정자에서 쉬었다.
뭔가 쉬기 부담스러운 한옥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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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담양’ 이라고 하면, 떡갈비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죽녹원을 다녀온 후로, 이제는 떡갈비보다 죽녹원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산높고 물 맑은 곳들을 찾는다. 그렇다면 한번쯤 드라이브겸 담양을 찾아와서, 대나무숲의 정자에 멍하니 앉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떡갈비도 함께 먹으면 피로회복이 더 빠를지도 ^_^?
금강산도 식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