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럽들 중 새벽 1~2시에 오픈해서 다음날 아침 9~10시 까지 영업하는 곳을 에프터클럽이라 부른다. 굳이 비유하자면 심야식당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일반적이진 않은 주 고객층을 이루고 있는데, 주류 시간대에 유흥을 즐기고 남은 여흥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남들 일할 때 즐기지 못하는 업계 사람들도 있고, 비주류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기도 하고..어린 시절에는 에프터클럽에 가는 날이 즐거웠다. 다 알 만한 꾼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느낌도 있었고, 시끄럽고 어두웠지만 무례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주류 음악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좋았다. 디깅을 엎으면서(
[B] 디제잉, 그리고 디깅 ) 자연스레 애프터클럽과는 연이 멀어졌고, 요즘은 어디가 애프터클럽인지, 존재 여부 조차 모르고 살고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20대의 난 흥 많은 사람이었다.
[2]
이번 직장을 다닌지 만 7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롱런하는 직장인들의 비결같은거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사실 딱히 관심도 없다. 주어진거 잘 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하는 일들의 힘의 방향과 각도를 잘 계산해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각도와 힘만큼 노력했던 것 같다. 잘하려고, 안질려고, 욕 안먹으려고 열심히 했었는데, 동료들 덕에 운좋게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안착은 아니지만 대애충 나쁘지 않게 이룬 것 같다. 매사에 그런건 아니지만, 대애충 회사에 감사하며 살고있다. 대애-충 무던한 색깔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뽕에 취했었다.
빨간색이고 파란색이던 나는 회색이 되어있었다. 기질적으로 마이너 선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던한 것, 안정적인 것만 좇고 있었다. 나만의 애프터클럽에 다니고 싶었다. 일과 나를 철저히 분리해서 2개의 인생을 사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는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fudio(퓨-디오) 를 몇년째 이어오고 있고, 생각해보니 나만의 애프터클럽이 아닐까 싶다.
[3]
일과 삶을 분리하는 작업에 대해서 고민한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최근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버크만 검사 를 진행했다.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엔 음악이나 미술 관련 활동(소비나 생산을 구분짓지 않고)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내심 글쓰기가 나왔으면 했는데, 요건 스트레스 해소 보다는 내가 잘하고 싶은 쪽에 속하는 범주라고 한다. 하기사 .. 글 쓸때마다 부끄러운 내 글들을 다시 보고 있으면 마냥 기쁘지는 않더라니.. 뼈맞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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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연에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실패보다 좆같은게 후회'라는 말을 전했다. 뭐든 시도해보는 삶을 살고있다. 실패하면 어떠냐 그냥 다음거 하면 된다. 아등바등 말고 대충 살자
2023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