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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고 가장 변화폭이 컸던 것은 주량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20대 때는 그냥 많이 마셨다. 맥주도 소주도 칵테일도 막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제 배도 부르고 숙취도 오래가니 그럴수가 없다.
부심을 부리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수가 높은 술을 못마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즐겨마신다. 3-4년 전에는 크래프트 진에 빠져서 수십가지를 마시고 수집했었다.
그리고 증류주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위스키. 매니아라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5년 전 쯤 부터 위스키 오타쿠 친구의 영향을 받아 꽤 많이 마셨다. 오늘 주제인 위스키 페스티벌에 4연속 참가 기록을 세운 건 오롯이 그 분 덕택(?)이다.
이렇게 보면 널널해 보이지만 사전 예약 필수에 타임당 몇 천명은 몰리는 미친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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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그 분과 함께 참가할 예정이었다. 당일 아침에 그 분의 자제분이 아프기 전까지는…. 가족을 우선해야지 어쩌겠는가.
허나 단돈 4천엔으로 몇 백 병의 위스키와 다른 증류주를 시음할 수 있는 이벤트는 눈씻고 찾아봐도 일본에선 여기밖에 없다. 애아빠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헌자서라도 참가해야했다.
1년에 한 번, 연말에 이틀간 열리는 이 행사는 아까도 말했듯이 예약제이고 사전 티켓은 보통 오픈 2-3일 후에는 동이 난다. 골든 타임은 모든 위스크가 있는 첫 타임인 토요일 오전 시간. 예약제지만 미친 듯한 대기열을 뚫고 도착한 장소는 천국이 따로 없다.
오크통에서 직접 퍼주는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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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올해가 3년만에 열리는 페스티벌이라 더 열기가 뜨거웠다. 이유는 모두 짐작 하듯 삐 로 나 때문이다. 40도가 넣는 술을 마셔대는 몇 천 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게 3년동안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3년만의 축제엔 라인업도 굉장했다. 위스키신을 주도하는 스코틀렌드,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양조장은 물론 모두가 다 아는 발렌타인, 산토리 같은 대형 브랜드, 그리고 일본이 자랑하는 이치로즈 몰트 같은 소규모 양조장도 참가하여 눈과 코와 혀가 즐거웠다
이제는 전세게가 다 아는 산토리의 야마자키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이치로즈 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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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도 풍성하다. 대표적인 브랜드 위스키를 만들어낸 마스터 블랜더들의 PPT나 토론회, 초청 아티스트의 연주회 등 위스키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술은 예술과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수 없는 페어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흥이 오르면 영감을 받고 반대로 술 맛도 더 좋아진다. 도수가 센 술을 조심해야 하지만 다들 주량이 꽤 되시는건지 뻗어있는 사람은 드물어서 분위기도 좋은 이벤트다.
악기 이름을 모르겠다… 매번 계셨던 연주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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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나면’ 이라는 생각이 굴뚝같았던 그 때 당신의 위시리스트는 뭐였는가? 나는 이 위스키 페스티벌이 top5 중 하나였다.
2023년도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모두 위시리스트를 하나 둘 체크해 가며 후회 없는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23.12.27 - 위스키 페스티벌 2023(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