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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L.A Layover 이야기 1(산타 모니카&부바 검프)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우리 부부는 레이오버를 즐겨한다. 한국에 갈 때, 어떤 도시를 경유해서 입국할 것인지는 짜장면과 짬뽕을 고를 때 만큼이나 신중하다. 짧은 시간이기때문에 아는 도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시를 탐험할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친 끝에 선택한 도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 한 천사들의 도시 Los Angeles였다.
L.A. 도시를 상징하는 깃발
12시간의 레이오버에서 욕심은 금물이다. 심지어 처음보는 도시이니, 목표를 최대 3곳으로 정하고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다. 산타 모니카 해변-헐리우드 거리-그리피스 천문대로 코스를 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원픽이었던 장소. ‘라라랜드(2016)’의 라이언 고슬링의 독백과도 같던 City Of Stars를 흥얼거리며 로맨틱한 산책을 꿈꾸며 공항을 나섰다. 매우 저렴한 대중교통으로 Big Blue Bus를 ($1.25 1 패스 & $4 원데이) LAX에서 타고 약 1시간 걸려 도착한 산타 모니카 해변은… 삭막했다. 이미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맞이하던 수많은 노숙자들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이 곳이 정말 미국 서부 최대의 도시이자 뉴욕 시티 다음으로 큰 도시인가 싶을 정도로 도시는 삭막해보였다. 뉴욕 시티도 노숙자가 많고, 토론토의 다운타운도 노숙자가 많지만 이건 뭔가 차원이 다른 노숙자의 숫자였다. 그리고 입구에서 믹스 테잎을 “공짜”라고 나누어 주는 이들이 있다면, 피하자. CD를 나누어주고는 팁을 달라고하는데, 평소면 피하는데 이 날에는 왜 가만히 듣고 있다가 $10나 주게 되었는지. 아마도 이미 이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이런건가 보다라는 생각에 그냥 그렇게 넘어가고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산타 모니카 해변. 금강상도 식후경이라고, 유명한 음식점 부터 갔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산타 모니카 해변에서 처음 시작한 이 레스토랑은 현재 미국에만 22개의 지점을 냈고, 해외에 12개의 지점이 있다. 여느때의 우리처럼 다양한 음식을 주문했다.
Shrimper’s Net Catch 하프더즌
Crab & Shrimp Rolls
Mama Blue’s Shrimp Gumbo
키즈 메뉴를 포함해서 4개의 메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새우는 퍽퍽했고, 소스는 아무런 맛이 안 났다. 쉬림프 롤은 필링보다 버터발라 구운 번이 더 맛있었다. 검보는 그나마 먹을 만은 했는데, 그렇다고 맛있었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다. 프랜차이즈의 이름에만 기대어 우리같은 여행객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한탕 장사의 끝을 봤다고 할 수 있겠다. 음식점과 장소, 영화 리뷰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혹평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 나름의 노력을 내가 나서서 폄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최소한의 음식에 대한 예의도 없었다. 아내와 나는 절대 Picky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둘다 ‘음… 그냥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하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면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은 그냥 사진만 찍고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음식 주문을 알려주는 팻말. 아내 왈 ‘레스토랑이 영화의 이름을 더럽힌 것만 같다.’
Cheese Pizza. 심지어 딸내미가 입도 안 댔다
Fresh Fruit. 그나마 딸내미가 밥먹는 동안 가지고 놀았던 종이배
바닷가에 사는 진짜 갈매기. 오랜만이다
산타 모니카 해변
씁쓸함을 뒤로하고 피어를 걷기 시작했다. 우중충한 날씨 탓일까, 공항에서부터 음식점을 거치며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의 마음때문일까. 아내가 기대했던 ‘City of Stars’의 로맨틱한 느낌은 없고, 대마 냄새와 노숙자의 냄새 그 어디즈음의 쾨쾨한 냄새와 함께 Pier는 어딘가 조금 죽어있었다. 해변의 Chill함도 Cool함도 없이, 산타 모니카 해변이 원픽이었던 아내의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우린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헐리우드 블러바드로 향헀다.
2.
2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