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편을 안읽으신분은 먼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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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멜버른 중에도 시티로 분류되는 도심 위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편은 멜버른의 자연, 그 중에서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다녀온 여행기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멜버른 근교에서 자연을 즐길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는 제가 다녀온 그레이트 오션 로드 외에도 야생의 펭귄을 만날수 있는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열차를 타고 숲을 가로지르는 퍼핑 빌리(Puffing Billy), 경치도 즐기고 와인도 마실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가 유명합니다.
마음같아선 모두 가고싶었지만, 각 코스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이동시간을 포함하여 반나절 이상은 소요되고 제 멜버른에서의 일정이 3일 밖에 안되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사진 너머의 경치를 상상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평소에 도시를 사랑하고 여행도 도시위주로 하시는 분들이라도, 호주 분들도 죽기전에 한 번은 가봐야할 명소라고 극찬을 마지않는 곳이니 만큼 대자연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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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준비해야할 포인트로 말씀드렸던 것 중에 투어 예약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호주는 국토가 넓고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장소도 많습니다. 내가 직접 차를 몰아서 여행할거야! 라는 시간과 용기가 있으신 분들은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아 오서 렌트를 하면 되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시겠죠?
저도 이번에 처음 사용(물론 내돈내산!)했지만 마이리얼트립이라는 플랫폼이 엄청 편리했습니다. [멜버른 + 투어]로 검색하면 200건 이상이 검색 될 만큼 많은 현지 컨텐츠를 갖고 있고, 같은 곳을 가더라도 포인트가 다르고 후기도 참고할 수 있어서 본인의 취향과 일정에 맞는 투어를 골라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어떤 투어로 갔는지는 굳이 여기에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일정을 정하시고 컨텐츠와 후기, 비용을 보시고 선택하면 됩니다.
말씀드렸듯 저는 일정상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당일일정으로 만끽하는 투어로 다녀왔습니다. 아침 7시에서 늦어도 8시에는 모든 카페가 문을 열기에 가는길에 맛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집합장소에서 합류! 예약한 11명 전원이 모인뒤 준비된 중형차를 타고 오션 로드로 향했습니다.
7시부터 열려있는 Dukes Coffee에서 모닝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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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겸 드라이버 분은 10년 전 쯤 호주로 이주하신 한국분이셨고 아내분도 조수석에 동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약한 투어리스트들은 물론 혼자 혹은 지인들과 방문한 단기여행객들 이었죠. 실은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으로 와있어도 차를 몰고 가기가 쉽지 않기에 투어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첫 체크포인트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 입구 메모리얼 아치에 도착하는데만 약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여기서 더욱 멋진 여행을 위한 팁을 4가지 공유드리자면,
1.
차가 진행하는 방향 기준으로 왼 쪽 끝 자리를 잡으세요! 물론 도중에 내려주는 곳이 많지만 해안선이 왼쪽으로 보이기 때문에 좋은 경치를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자리를 바꿀 수 있다면 오는 길엔 반대로 오른쪽 끝이 좋겠죠)
2.
작은 차로 가는 투어라면 1을 위한 쟁탈전이 일어날 수 있으니 투어 출발 시간 15분 전에는 가셔서 미리 자리를 잡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솔직히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안에서 별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점심시간에 내려주는 레스토랑 혹은 푸드코트 같은 장소에서 사 드려도 되지만 와인이나 먹을걸 챙겨가셔 드시는 것도 좋습니다.
4.
일기예보가 어떻든 우산과 겉에 입을 옷을 꼭 가져가세요. 1day 4seasons라는 멜버른의 날씨가 더욱더 다이나믹한 동네입니다. 제가 간 날도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를 수십번은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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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이지만 300km의 해안선이 이어지는 이 엄청난 코스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으로 전쟁에 참가한 것을 기념하고 뉴딜 정책처럼 경제를 부흥하기 위해 진행한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호주가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어 가능한 것 이었지만 자동차가 달릴수 있는 길을 해안선을 따라 300km나 닦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영겁의 시간에 걸친 자연작용이 만든 절경은 모두에게 알려지면서도 보존되고 있지만, 풍화 작용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변형은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침식작용으로 돌기둥이나 절벽이 계속 깎여 나가고 있기에 하루라도 빨리 방문해 보시는게 좋지않을까 합니다.
물론 한 번 방문 하시면 처음부터 끝까지 후회는 안 할거라 확신합니다. 시티에서 3시간 정도 걸려서 초입인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에 입성하면 그 후엔 차창 밖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해안선을 보며 시종일관 감탄하게 되실 겁니다.
오션 로드가 시작되는 메모리얼 아치. 가이드분이 안내대로 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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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가는 것이고 전날까지 갈까 말까 고민하다 지른거라 위에서 말씀드린 팁 같은건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자리도 우연히 왼쪽 창가자리에 앉았는데 그게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되었죠.
솔직히 가이드 분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과 잠을 보충한 것을 감안해도 도착하기까지의 3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인 것. 여기서부터 순삭입니다.
경치를 감상하다 정신을 차리면 보통 아폴로 베이(Apollo Bay)라는 곳에 내려서 정해진 식당이나 푸드코트로 안내해 주실겁니다. 점심시간은 한시간 가까이 있을테니 빠르게 드시고 근처 모래사장을 걷거나 해양 스포츠를 하고 있는 모습을 감상하시면 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이 예술!
아폴로 베이에 있는 파도를 형상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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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가장 유명한 절경이자 하이라이트. 12사도(12 Apostles)에 도착합니다. 사진으로는 알기 어렵지만 비가 왔다 그쳤다가 정말 지겹도록 잦았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포토 스팟에 도착했을 때 기적적으로 햇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눈 앞의 12사도와 더불어 쌍 무지개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공식에 의하면 45미터나 솟아있는 이 석회암들은 풍화작용에 의해 원래의 12개에서 3개 정도가 소실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숫자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해야할지, 몇 개인지 세어보자라는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인공적으로는 절대 만들수 없는 자연 조형물을 눈 앞에 두고 한 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고 나중에는 커다란 일로 설명할 수 없는 끝없는 생명력도 느꼈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직 투어가 끝나지 않았기에 30분 정도 머물다가 발을 땠습니다.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12사도. 그리고 비가 그치고 보이는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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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들른 곳은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유래를 알 수 없는 특이한 이름인데 영국에서 와서 좌초된 선박의 이름을 따서 지은 지명이라고 합니다.
절벽과 절벽사이로 바닷물이 왔다가 빠지는 것을 반복하며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경치를 즐길수 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내가 방문하기 2주일 전 쯤에 사고가 있어서 원래 내려갈 수 있는 해변가로의 통로가 막혀있었다는 것입니다.
직접 내려가서 보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다시 와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면서 투어의 마지막 스팟인 런던 브릿지로 향했습니다.
로크 아드 고지에서의 날씨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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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투어에 아쉬움을 느낄때 쯤 우리는 런던 브릿지(London Bridge)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여태껏 방문한 장소 중에 가장 시야가 트인 곳 중 하나 였습니다. 그리고 붕괴된 것 처럼 가운데가 끊어진 길다란 절벽이 사진처럼 보이죠.
여러분이 아시는 런던 브릿지를 영국에서 호주로 가져왔을리는 만무하고 이 곳 역시 지명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실은 사진으로 보이는 이 곳은 원래 이어져있었고 거기에 다리처럼 이어져 있는 모습으로 인해 런던 브릿지 혹은 런던 아치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1990년 까지는 섬처럼 보이는 끝까지 가는 것도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 때 왔다면(3살이라 제대로 걷지도 못했겠지만) 또 다른 경험이 가능했겠죠. 하지만 이렇게 끊어져 있는 모습이 뭔가 더 유니크한 느낌이 듭니다. 다음에 왔을때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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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부터 다시 3시간을 넘는 시티로의 귀갓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해질녘의 노을진 해변가를 보며 가실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웅장함을 접한 뒤 어떻게 감히 바로 지루함을 느낄수 있을까요? 저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거기엔 풀을 뜯는 소와 드넓은 초원이 눈앞에 나타났지만, 한 편으론 오늘 하루 보았던 자연 절경만 되세기고 있었습니다.
대자연을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그 중에 넘버원은 현시점에 있어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되었습니다. 경외로움에 압도당하는 중에 다시 또 압도당하고 작아지고 정신이 들었을때는 투어가 끝나 있었습니다.
도시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 가겠지만 이러한 경험은 제 좁아진 시야를 다시 넓혀주고 자연에 대해 되세기는 기회를 줍니다. 여러분이 너무 눈앞의 삶에 지쳐있을때 한 번 쯤 훌훌 털고 떠날 여행지로 추천드립니다.
다음엔 시드니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2023년 10월 12일